의도적으로 남긴 여백을 가로질러 순수한 검은 먹을 단 한 번의 자신감 있는 붓질로 펼칩니다. 고전적인 표현이 아니라, 철저히 단색으로 완성한 현대적 표현입니다. 질감은 오롯이 먹 자체에서 생겨나며, 먹을 가득 머금은 붓이 마르면서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거의 검은색에서 부드러운 회색으로 서서히 옮아갑니다.
이 체계가 지키는 규율은 절제입니다. 절제는 중심이 되는 붓질 하나, 마른 붓이 남기는 비백의 줄무늬, 그리고 광활하고 고요한 일본 전통 종이의 바탕만을 남깁니다. 색도 군더더기도 없이, 먹과 농담의 변화와 침묵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