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무에 새기고 무대 조명으로 밝힌 손오공입니다. 옻칠처럼 어두운 바탕 위에 자신감 있는 칼맛의 검은 윤곽을 얹고, 광물성 주홍과 무광 금박으로 포효하게 만듭니다. 1592년 세덕당 목판본 『서유기』와 채색한 경극 얼굴 분장, 즉 붉은 원숭이 이마와 금테 두른 눈, 뼛빛으로 흰 주둥이를 한데 녹였습니다. 공중제비를 도는 구름무늬가 여백을 띠처럼 휘감고, 금테를 두른 봉이 자처럼 페이지를 가로질러 내려갑니다. 조용히 머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페이지는 발밑 조명으로 비춘 무대 배경이며, 먹빛 검은 막이 젖혀진 뒤 금빛과 주홍빛의 신선이 도약 중인 모습으로 잡힙니다. 촘촘히 둘러싸고 포스터처럼 크게 울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무광 안료로 채웁니다. 연한 색조도, 번들거림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