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1000년 무렵부터 1470년 무렵까지, 페루 중부 해안의 찬카이 직조공들은 고대 안데스에서도 손꼽히게 기술적으로 대담한 직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날실을 교차해 씨실을 감싸고 고정함으로써, 촘촘한 바탕 조직을 따로 짜지 않아도 공기처럼 가벼운 망사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사라 직조(거즈 직조) 기법으로 만든, 비치듯 성긴 망사 천입니다. 그 망사 위에 새, 고양잇과 동물, 사람 형상의 실루엣을 반복해 넣었고, 전체에 같은 염색하지 않은 황갈색 면사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형상은 서로 다른 색면이라기보다 어둠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빛처럼 보입니다.
이 디자인 시스템은 이러한 단색에 가까운, 색조 차이가 작은 미감을 추려냈습니다. 짙은 천연 갈색을 화면의 바탕으로 삼고, 따뜻한 거즈빛 황갈색 실루엣을 성긴 리듬으로 띄우며, 무늬 사이에는 넉넉하게 열린 '망사' 공간을 남깁니다. 이곳에는 표백되거나 선명하게 채색된 것이 없습니다. 모든 색조가 염색하지 않은 면의 자연스러운 색 범위 안에 머물며, 죽은 이를 사후 세계로 동행하도록 만든 직물이 지닌 조용하고 손으로 짠 듯한 존엄을 떠올리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