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기록
마지막 골목의 주황빛
포장마차가 사라지는 속도, 그리고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의 목록
마지막으로 마포구 골목의 포장마차를 찾은 건 작년 이월이었다. 트럭 한 대가 갓길에 멈추고, 주황색 비닐을 펼치고, 부탄가스 불을 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47분. 그 시간 동안 골목 전체가 변한다. 차가운 콘크리트 위에 따뜻한 빛이 번지고, 김이 피어오르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무도 약속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에 도착한다.
골목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포장마차의 시간은 도시의 시간과 다르다. 강남역 사거리의 네온은 스물네 시간 켜져 있지만, 포장마차의 주황빛은 오후 여섯 시에야 비로소 태어난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사라진다. 이 반복은 삼십 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주인은 바뀌어도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녹색 소주병, 양은냄비, 접이식 탁자의 삼중주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손님들이 찾는 건 음식이 아니야. 이 빛이야. 밖에서 보면 그냥 주황색 비닐이지만, 안에 앉으면 세상이 달라 보이거든.
— 최순자, 27년차 포장마차 운영
지난 겨울 서울시는 남은 포장마차 구역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곳은 서른두 곳. 십 년 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사라진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이 들어섰다. 깨끗하고, 밝고, 언제든 열려 있다. 하지만 새벽 두 시에 골목을 걸을 때 발밑으로 번지는 주황빛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